+++ HBD 후기와 노트
책에 간단히 후기를 썼지만... 좀 더 이런저런 아무말적인 후기 및 여러 레퍼런스들도 남기고, 또 생일축하글이 올라갔지만 더해서 기념하려고 적어봅니다. 작업노트 느낌에 더 가까울듯해요. 근데 존대로 하자니 편하게 써지지 않기도 하고 너무 길어져서 이하 그냥 일기 쓰듯 쓸게요. 안 읽으셔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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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소에 넘기고 다시 보다가 몇 군데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해서..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그것만 보이실 테니까. 발견하셨다면 ? 정말 미안합니다. 모르겠다면 ? 다행입니다. 왜 이런 건 인쇄소에 넘기기 전엔 보이지 않을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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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구매, 댓글과 좋아요, 읽어주신 것 모두, 정말 정말 감사해요. 하고 싶어서 한 것도 많지만 쓰는 데에, 또 계속 이어간 데에, 하고 싶어서 할래라고 생각하는 데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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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맨들면서 제일 즐거웠던 시간은 단연코 특전 만들 때!
그림 친구에게 맡기고 제작은 업체에 맡기고 나는 아름다운 결과물만을 감상. 사실 당연히 처음에 그림은 내가 그리려 했는데 이 분위기가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그런 생각을 하다가 커미션을 맡겼다. 아름다운 렌티큘러. 내가 좋아하는 부분은 몸집이 커진 태섭이와 떨어진 폭죽 조각들. 그리고 핫케이크를 쌓아 만든 케이크다. 네 그냥 전부 다 너무 좋아요.

원래는 좀 가볍게, 생일쯤에 아이디어 떠오르면 쓰고 아님 말고 느낌으로 시작한 것이었는데, 후반의 글을 쓸 때에는 자꾸 초기에 쓴 설정(?)들을 자꾸 신경 쓰게 되어서 애를 먹었다. 그다지 핍진한 글은 아니지만... 리얼함이 있기를 바라는 것이 팬픽을 쓸 때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걸 위해 괜한 모브들을 두 캐릭터의 사정에 끌고 오는데, 주변인들의 궤적과 사물들, 여러 배경들이 겹쳐졌을 때 드러나는 게 어떤 한 사람의 윤곽 같다고 느낀다. 적어도 내가 표현할 때는 그런 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
각 단편들마다 고민이 조금씩은 달랐지만 후반작을 쓸수록 커지는 고민은 생일을 전혀 축하하지 않잖아! 였다. 하지만 또 솔직히 말해 후반에서는 생일 축하가 그렇게 주된 목적도 아니었던 것 같다. 미안합니다. 모로 가도 생일 축하... 오메데또 짝작짝짝이 될 수 있으면 괜찮지 않은가? 다소 무책임한 마음가짐, 더해서, 처음에는-정대만과 송태섭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생일 축하가 중요했지만, 그들의 생일파티가 끝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태어나서 참 잘 됐다! 괴로워도 같이 괴롭잖아! 그런 거였다. 그리고 결국에는 살아있기를 향하는 진부한 결론을 향하지만 끊임없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안 될 벌스와 데스 사이의 대태니까.... 라고 생각하며 썼다.
그래서 마지막:How I stopped~ 은 정해져 있었다. 같이 살고 싶다. 사실 정대만은 죽기 살기까지 생각했을까? 잘 모르겠다. 그래서 고모 얘기를 더한 것이기도 하다. 은근히 헤어짐이 많았던 느낌으로. 하지만 태섭이는 아무튼 살기 위해서 농구를 했다고 생각한다. 농구를 하기 위해 육지에 있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 같이 살고 싶다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보다는 너무 무섭고 또 너무 무거운 말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다 쉽게 할 수도 있는 말이다. 정대만이 계속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같이 농구하지 않아도 같이 살자고, 그런 것.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매개는 역시 바다와 준섭이였는데, 사실 준섭이는 어떤 면에선 또 그렇게 중요하진 않았다. 정대만을 보고 준섭일 떠올린 것처럼 누구든 무엇이든 상관없이 태섭이는 준섭이를 생각할 수밖에 없으므로. 아마 영원히.... 그래서 정대만보다 작고 땅땅한 스타일을 상상했다. 좀 더 덩치가 있어도 좋을 것이다. 물개처럼. 24년도 생일글로 썼던 조조에서 서핑을 소재로 사용했는데 다이빙도 쓸 수 있어서 재밌었다. 사실 H는 조조를 구상할 때 생각했던 제목이었다. 그런데 제목이 좀 크기도 하고 해서 이래저래 굴러다니다가 이 글의 제목이 됐다. 제목을 가져온 책 「언더 블루 컵」(로절린드 크라우스, 현실문화)은 저자의 뇌혈관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병을 선고받고 인지하는 방식과 비디오미술 비평을 엮은 것으로 내용적인 관련이 아주 밀접하지는 않지만, 이 책을 알게 된 글을 좋아한다. 영제보다는 번역된 문장이 맘에 들었는데(어떻게 나는 걱정을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는가:아무래도 직관적으로 닿는 느낌이 다르니깐), 대태를 함축하는 질문? 또는 답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이 제목으로 좀 더 잘, 다른 걸 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트리거가 된다는 점이 정말 좋다. 사랑한다는 말조차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다이빙에 대한 내용은 많은 다이버들의 블로그와 다이빙 갤러리를 참고했고, 이서아의 「푸른 생을 위한 경이로운 규칙」(어린 심장 훈련 수록, 문학과지성사)를 보고 뼈대를 잡았다. 사실 수영도 못하지만 이런 소재에는 쉽게 끌린다. 물속이란 무섭고 아름답고... 너무 무서워. 그래서 끌리는 것도 맞다. 꼭 다뤄보고 싶은 소재였고 여건이 된다면, 또 콘티가 정리된다면 만화로도 그려보고 싶은 소재이지만 이런저런 장비들을 생략한 프리다이빙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암튼 내년에 공개될 글이므로 아직은 소장본용 글이니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A로 돌아가서. (이런 느낌으로 책을 편집했는데 알아봐 주시면 감사하다) 쓰기 전에 한창 일본 팬덤 쪽에서 한국의 미츠료 그림에 있는 CHEH가 뭐냐고 해서 대태 표기 하나가 더 생겼는데 이걸 보고 이건 완전히, 인생은 CBD잖아 하고, 그럼 A를 만들어 줘야겠다, 하고 Alive!가 됐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글이고 수정도 많이 안 했다. 주절대는 느낌이 사라지는 게 싫어서. 시점을 어느 캐릭터 하나로 설정하면 정돈되지 않은 소소한 에세이를 쓴다는 느낌으로 접근할 때가 제일 재미있는 것 같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쓰다 보면 의외로 큰길이 하나 생기는 느낌이 좋다. 처음 쓴 글이기도 하고 잘 안 풀릴 때 이걸 쓸 때를 떠올린다. 원하는 게 명확했다.
1. 르타오 더블 프로마주 먹이기(정대만이 홋카이도에서 사 왔음) : 딸기 케이크 아닌 다른 케이크를 먹이고 싶었는데 더운 여름이고 아이스크림 케이크와는 다른 것을 원했다. 그리고 진짜 진짜 맛있는 걸로.
2. 태섭이가 정대만 오토바이 태워주기 : 태섭이가 계속 오토바이를 탔으면 좋겠다.
3. 태섭이가 기다려달라고 말하기 : 미국에 가기 전에 태섭이가 헤어지자고 말하는 기믹이 많은데 그것과 반대로 쓰고 싶었다. 원하는 걸 원하는 대로 말하는 것도 보고 싶었고. 물론 원하는 것을 100퍼센트로 확신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원하면서도 원하지 않고 원하지 않으면서도 원하기도 하고 내가 이걸 원해도 되나? 그런 주저함이 언제나 있듯이. 하지만 입을 여는 순간에는 기다려달라는 마음이 1퍼센트라도 더 크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 그런 남자친구.
어떻게 보면 이 시리즈의 모든 것이 담겨있기도 하다. 아무래도 당시에는 이걸 이렇게까지 더 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뭐든지 여기에 다 집어넣겠다는 마음이었다. 생일 축하의 목적에도 가장 부합하는 글이고.
B와 d는 Birth와 Death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어휘로 선정하려고 했다. BECOMING이라는 말이 정대만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뭔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고, 존재하고, 멈추지 않는 느낌. 이런 점이 대태를 계속 부딪히게 하는 것 같다고도 생각한다. 물론 태섭이도 그렇고 모두 그렇다.
B에서 제일 쓰고 싶었던 장면은 태섭이가 아라에게 정대만을 정살구라고 소개하는 장면이다. 살구는 공기놀이의 방언인데, 어원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살다 죽다의 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 놀이에 살고 죽고 떨어지고 고개를 넘고 같은 어휘가 많이 나와서. 너무나 직관적인 표현이니 그럴 테지만 놀이에 아무렇지도 않게 죽니 사니가 쓰이는 게 재밌다.
정대만 생일이 농최날과 그리 멀지 않다는 것도 항상 재밌다. 부원들과의 어색함이 풀어지는 계기 중 하나일 수도 있을 것 같다. 3학년이니 인터하이 끝나면 졸업이란 걸 정대만도 다른 후배들도 편하게 생각했을 수 있을 것 같다. (인터하이 끝나고도 계속 있었지만.) 인간관계는 그다지 염두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은근히 신경 쓰는 타입일 것 같다. 자기가 좀 챙겨야 한다, 같은 관점에서.
내가 그다지 친화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그런지 상상했을 때 제일 즐거운 장면은 두 사람이 어색할 때의 순간들이다. 또 언제고 서로 마주하는 것이 아주 편하지는 않은 게 좋다. 그 불편함이 언제부터 있던 것이든 같잖은 죄책감이든 연인으로서의 불편함이든 뭐든. 계속 어떤 어긋남을 느꼈으면 좋겠다. 혹시 우리가 잘 맞지 않는 거라면? 그런 미약한 불안을 가지면서도 안 떨어지는 게 좋다.
대만이의 불량 시절 상상도 좋아해서 그 장면도 즐겁게 썼다. 이런 친구들 특유의 남녀불문하는 분위기가 묘하고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지금의 잔혹함이 있지만, 내 학창 시절의 잔인함을 좀 복기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대부분 학생들이:청소년들이 표현하는 잔혹함은 개개인의 성질만의 문제가 아니고 동네와 학교와 가정의 분위기로부터 분출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암튼 불량 시절 얘기들은 좀 더 해보고 싶다. 불량 학생들 자체보다는 사실 지방의 일반/실업 고등학교의 학생들인 게 중요한 거지만. (요즘은 이렇게 부르지 않는 것 같긴 한데)
d는 아주 처음엔 Dive로 하고 시리즈를 끝내려고 했었는데, 써야지 할 즈음부터 책으로 묶을 생각도 하고 있었고 e까지는 좀 더 하나로 묶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서 바꾸었다. 결과적으로는 전체적으로 썩 묶인다는 느낌은 아니게 됐다고 보는데 그렇게 되어서 마음에 든다. 소문자에 좀 지저분한 느낌으로 d와 e를 맞추었다. 그리고 이제 모브들의 향연....
또 물론 고모 얘기를 쓰고 싶었다. 엄마와 고모. 대만이는 엄마와 더 친하지만 또 이모 쪽보다는 고모네와 더 친할 것 같다. 친가 쪽이랑 더 자주 만나고, 그런 게 중요할 것 같기도 하고. 태섭이의 가족관계가 상세히 나오는 만큼 대만이의 가족관계도 이것저것 생각해 보게 된다. 마리쏘의 경우는 아예 쓰지 않았는데, 그렇게 좀 극단적으로 되는 것 같다. 기본적으론 아빠와는 멀고 불화(좋든 나쁘든), 엄마와는 가까움(좋든 나쁘든) 그런 느낌이고, 근데 집안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쪽을 생각하는 편이다.
정대만의 미국 유학 생각도 재미있었는데 그래도 정대만은 국내파가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유학파이긴 한데, 애국주의자일 것 같다(그래서 e에서 헤어져야 했다. 애국의 이유는 아니지만 은연중에 그런 생각은 있을 것 같다. 미츠이 재벌;을 생각해도 글로벌 기업이지만 그들의 글로벌은 결국 제국을 상정하고 있으므로 그들이 식민통치했던 국가들이 보여주는 세계화랑은 다른...). 고모의 유학 장르가 고민이 많았는데, 실비아 플라스의 「Ocean 1212-w」에서 그네를 가져오면서 무용 쪽으로 정했다. 동생이 태어나던 날, 그리고 태풍이 있던 날의 일화를 쓴 에세이이다. 모브 캐릭터-자작 캐릭터를 등장시킬 때는 그 캐릭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생각하는 게 재미있다. 꽃집하는 대만 엄마도 오래 생각하고 있었던 설정이다. 사모님 같은 사모님 캐릭터.
원래 이 이야기는 갑자기 미국으로 날아와 빈털터리로 태섭의 집 앞에 도달하는 정대만과, 사는 게 그렇게 쉽냐는 태섭이의 다툼 정도로 그리고 싶었는데 그것만으로는 동력이 안 따라줬다. 특히 B와 D사이의 C라는 것에. 그걸 고모랑 고모의 여자친구가 거의 이끌어주었다. 유령들의 사랑을 받는, 또 유령을 사랑하는 이야기의 대태가 재밌고(내가 생각하든 다른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든), 그래서 쓰는 동안 각종 우아한 유령을 자주 들었다(원래도 자주 들었다).
e는 제목을 매우 나중에 정하게 됐는데, 제목은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에 나오는 넘버 중 하나를 생각하며 따왔다. 라이센스판 가사에 "동화는 이제 다 끝났어."라는 가사가 있어서. 그리고 넘버 '베어'의 "너를 사랑해, 끝까지."도 생각하며 썼다. 제이슨이라는 배역도 있다. 사실 이 뮤지컬을 아주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넘버가 좋고 개중에 'ever after'를 좋아한다. 그치만 다른 글의 두 배 정도 되는 분량이다 보니 글을 끝내기 전에는 제목 때문인가 왜 끝나지 않지,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이 내용을 쓸 때 놓지 않아야 했던 것은 두 사람이 헤어지는 것이었다. 생일글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헤어지면서도 생일축하는 하는 상황을 넣어보고 싶었다. 완전히 잘 되지는 않았지만... (게다가 업로드도 생일이 한참 지난 뒤였고) 좀 더 쓰자면 쓰고 싶은 것은 많았는데 그러면 이것만 몇 편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서(게다가 정대만은 나오지 않는 채로...) 끊은 것도 있다. 둘을 잇고 있는 폭력 관계에 대해서도 좀 더 다루면 좋았겠다고 생각하지만, 또 아무래도 정교하게 엮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이노우에가 만든 이야기이지만... 대태의 만남은 서사를 위한 거였다기보다는 서사화시킨 것이지 사건이 먼저 발생해 버렸다, 의 느낌이다. 그런 부딪힘이고. 인생에 계속해서 사건들이 일어나는데, 왜 하필 그 사건들을 엮고 싶었어? 그렇게 보게 된다.
길어져서 괴롭긴 했지만 내용 자체는 즐겁게 썼다. 태섭이와 여자아이의 관계를 상상하는 게 재미있다. 태섭이는 여러 면에서 경계가 불분명하달까 넘나든달까 그렇게 느껴진다. 남녀관계에서나 본인의 성지향이나 정체성에도, 디아스포라에도 경계를 넘나듦이 디폴트여서 오히려 그렇지 않을 때 불안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여자아이와 있을 때에도 섹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나올 수 있는 게 좋고 그런 그림을 만들고 싶다. 작가가 만든 건 그렇지 않겠지만... 그것이 그리 중요한가 작가가 차려준 밥을 먹고 있지만 반찬이 이것밖에 없어!? 하고 호통치는 마음으로 팬픽을 쓰곤 한다.
e를 쓰면서 「말테의 수기」 첫 문장을 찾았을 때가 가장 기뻤다. 그것만큼 정확하게 내가 미국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모든 어떤 드림을 가지고 도착하는 도시/국가가 그렇지만, 미국에 대해서는 내가 어떤 당사자성이 없는데도 그런저런 생각이 든다. 몇 가지 번역본을 찾아보고 제일 강렬한 것으로 골랐다.
d, e는 아무래도 모브 비중이 많고 e의 경우 정말 정말 비중이 많은 데다 정작 생일 주인공 얘기가 많이 없어서 아무래도 걱정했는데 좋은 말만 해주셔서 감사했다. 이런저런 모브 캐릭터를 넣는 게 재미있는데, 자캐놀이를 하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하는 걸 간접적으로 느낀다. 씨피 대상의 캐릭터와 있지 않을 때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도 나름 중요한 캐릭터 빌딩이라고 생각하는데, 타캐가 아니라 모브캐를 만들고 싶은 이유는... 타캐 캐해석보다는 모브캐 만드는 게 좀 더 편하고 재밌고 그렇다. 이름을 짓는 게 어렵지만 또 재미이기도 하고... e를 쓸 때는 백호 얘기를 쓰는 것도 재미있었다. 태섭이와 백호가 같은 프로그램으로, 우성이와 태웅이가 또 비슷한 루트로 갔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백호를 데려왔다.
책으로 묶어야겠다고 구상을 하고 가장 고민이었던 것은 C였다. 내용보다는... 제목이나 위치에 대해서. 제일 처음에는 CHEH로 비운 채로 남겨두고 싶기는 했으나, e의 끝을 정해둔 상태에서 그 이후의 얘기가 반드시 있었으면 했다(물론 단편으로서는 그대로 끝난 상태이기는 하지만). 그런데 C 하나로 끝낼 수 없을 것 같았고 더 쓸 거라면 CHEH를 다 쓰고 싶기도 했다... 의 결과로 CEH가 됐고, 좀 쉬엄쉬엄 넘어가는 챕터로 잡았다.
혼란스러운 꿈같은 느낌으로 이것저것 넣었다. 쇼각세 장면에 쓰이는 ’New Court’라는 곡의 제목을 좋아해서 그걸 생각하며 제목을 정했다. 다른 에피소드에서 썼던 것들이 듬성듬성 나오는 식으로 엮었고, 은근슬쩍 마리쏘에 나오는 아이들도 넣었다. e를 쓸 때 마리쏘와 너무 비슷하게 가나 싶어서 좀 고민을 하기는 했는데, 세계관이 좀 겹쳐도 괜찮지 않나? 어차피 내가 쓰는 팬픽인데. 그래도 미미는 안 죽었고, 태섭이가 정말로 면회도 갔으며 나와서도 계속 배회하고 가끔씩 연락도 할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 정도로 노출된 에센에스를 서로 알고 있는 것도 좋을 것이다.
출생증명서 아이디어는 「논바이너리 마더」(크리스 맬컴 벨크, 오렌지디)를 보고 가져왔다. 책에서 제시하듯이 좀 더 건조하게 양식으로 넣고 싶었는데 그러면 시기라든지 이래저래 특정할 것이 있어야 좋을 것 같아서 타협한 부분이 있다. 대만 시점의 파트들은 어린 왕자를 생각하며 쓰기도 했다. 그런데 정대만은 어린 왕자가 만나는 다른 행성 사람들 중의 하나인. 정대만이 잘 깨지는 재질인 게 좋다. 좋아하는 파트는 할머니가 태섭이가 태어날 때의 일을 얘기해 주는 파트이다. 할머니는 산파로 여기저기 다니셨을 것 같은데 그 시절 산파들이 일이 그렇듯 출산의 목적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태섭이가 집안의 여성들의 영향을 많이 받은 아들인 게 좋다(그리고 동시에 딸이어서 좋아).
E는 흠집에 대한.. 것을 생각했다. 반복하는 몇 개의 키워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흉터다. 또 제목과 연관해 태섭이의 문신을 쓰고 싶었고 꽤 많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는 설정이다. 참고차 문신한 선수들을 찾아봤는데 확실히 흑인 선수들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래도 운동선수들이라 그런지 생각보다는 많지 않다는 인상이었다. 아니면 뭐 그리 드러날 만큼 특별한 이벤트는 아닐지도? 한국인 선수 중에도 문신을 크게 한 선수가 있어서 신기했다. 정대만은 문신에 별생각 없을 것 같은데 나중에 태섭이 관련된 걸로 새겨서 셀프네임버스 만들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태섭이가 이미 만들어 놓은 기스가 있으니 일부러는 안 할 듯.
제일 고민했던 것은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리즘의 역할을 나누는 거였다. 태섭이의 아마추어리즘은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아마추어리즘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집착하고 무모한 인상을 주고 싶었던 것도 확실했다. 즐거움도 있지만...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 정도로 달려갈 수 있는. 관리를 안 하지는 않겠지만 관리씩이나 염두할만한 상황은 아닌 정도로 생각했다. 정대만의 경우 아낌없이 뛰는 것도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경기는 그렇게 임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프로 데뷔 후에는 엄격하게 굴 것 같다는 인상이 있다. 복귀 후 농구하는 데 주어진 시간이 6개월 정도밖에 안 남았다, 이런 정도의 절박함이 아니라면? (나는 죽인다면 정대만을 죽이는 편인데 아마 이런 이미지 때문인 것 같다.) 수술과 회복을 거치는 부상을 입은 상태라면 좀 더 멀리 봐야 한다고 강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고. 프로와 아마가 딱 잘라 나눌 수 있는 성질은 아니지만, 구도 설정을 그렇게 했다.
슬램덩크 이전에 겁쟁이 페달을 열심히 팠는데, 내가 느낄 때 이 만화는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찬사 같은 만화다. 라이딩의 즐거움, 자전거를 타는 본연(=인생)의 즐거움, 아름다움 그리고 그 가혹함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태도가 프로와 얼마나 다른가? 같은 점에서도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리스펙 같은. 도중에 오른발로 페달을 밟을 수 없으면 왼발로 밟으면 된다는 식의 대사가 나오는데(디테일은 다를 수도 있다. 거의 다리가 없으면 팔로 달리면 된다는 느낌이다) 안타깝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통쾌함이 있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고 싶은 거. 아마 내가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이라서 또 그렇겠지만... 그런 걸 생각했다. 영광의 시대는 지금, 과 이어지기도 하지만 약간 다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영광의 시대~ 대사를 하는 시절의 백호의 마음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태섭이가 계약을 하지 않은 건 정대만 때문은 아닌데(물론 짜증 났던 것도 사실이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결정적인 이유는 별 거 아니고 문신을 가려야 해서 정도로 생각했다), 다 니 때문이라고 하는 그런 상황들을 만드는 게 즐겁다. 자기가 억지 부린다는 건 알지만 그걸 정대만에게만 엄청나게 쏟는다는 건 잘 몰랐으면 좋겠다. 나도 내가 배고푼 쥴 몰랏허 하는 태섭이가 좋다. 그래도 쏟아낸 말들은 다 진심이다. 말하면서 알게 되었을 것 같다.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거라고. 근데 어디까지가 태섭이가 말한 거지? 아무튼 좀 충동적인 태섭이가 좋다. 태섭이의 충동성에 대해 태섭 본인보다는 정대만이 안절부절못하게 되는 것도 둘의 교제를 상상하는 데 있어 즐거운 지점 중 하나다.
작중에 나오는 좀비 영화는 무척 좋아하는 좀아포 팬픽의 장면인데 포타는 내리신 것 같다... 소장본을 꼭 갖고 싶었는데 ... 암튼 이번에 정대만이 사 온 케이크는 포레누아다. 이 엔딩을 만들고 싶었던 게 컸다.
그리고 이후에 함께 다이버 버디로 오래 다닐 정도로 계속 만났다, 그런 정도로 H를 구상했다. 아예 다른 얘기여도 물론 상관없다.
H는 서사나 이야기보다는 두 사람이 같이 다이빙을 하고 특히 버디로서 오랫동안 함께, 가 중요했다. 오토바이를 함께 타는 것만큼이나 함께 하길 바라는 활동 중 하나다. 살아있기를 잘했다, 같은 것도 있지만... 지금 일단 살고 싶다, 가 좀 더 강하다. 그것이 수심 몇십 미터 아래에서 산소통을 맨 채라도. 매일 아침, 잠에서 깰 때마다 다시 태어나는 감각으로. 장문의 후기를 쓰면서 드는 생각이지만 만약에 이 시리즈를 다시 구성한다면 H 사이사이에 단편들을 넣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서로에게 있어 당신의 생일을 축하하고 싶다, 는 마음이 무엇일지 생각했다. 너무 싫었던 상대의 생일을 가능한 오래오래 축하하고 싶은 마음. 태어난 게 죄송한 마음부터 들었던 날이지만 남자친구가 축하해 주기를 조금 더 기다렸으면 좋겠고 잊으면 서운했으면 좋겠고 선물도 기대하면 좋겠고. 물론 그런 얘기는 쓰지 않았지만... 저는 잘 못 쓰겠더군요... 그래서 축하만큼이나 탄생 그 자체에, 또 B와 D 사이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니 파티라든지 축하는 어릴 때로, 이후로는 좀 더 이리저리 부딪히는 방향으로 잡았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함께 살면서도 두 사람이 서로를 신경 쓰고 상대에게서 어떤 의미를 찾고 싶고.... 그런 것들을 보고 싶다. 태섭이가 이런저런 무의식적인 선택들을 한다든지, 농구만이 삶의 버팀, 태어난 게 저라서 죄송하,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는 또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그래서 좋아하는 거니까. 태섭이가 죽고 싶었던 적이 있어서 태어난 걸 고민해서 그치만 살려고 애쓰고 있어서 신경이 쓰이는 거니깐. 눈길이 가는 거니깐.
며칠 전에 소마이 신지의 이사를 봤는데 오메데또를 외치며 자신을 안고 일어서는 어린이가 주인공이다. 메타적으로 두 캐릭터가 함께 등장하고 함께 만들어지고 둘이 붙어버리는 바람에 그들의 이야기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뻗어나간 면이 있다는 이유로, 특히 이들의 생일은 그 자체로 긴밀한 메타포로 여겨진다. 내겐 뭐랄까 서로의 생일을 축하하는 게 곧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과 같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한꺼번에 축하하고 싶어.

생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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