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에 책을 진짜 많이 안 읽었는데 읽은 것들이 다 좋고 내용을 계속 곱씹게 되어서, 부족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한 핑계로 계속 안 읽기는 했지만.
전부 취소를 마침내 읽었구. 호르몬 일지를 읽기 전에 샀는데 아주 좋을 것 같아 미루다가 호르몬 일지 읽고 좀 늦게 읽었다. 전환수술 이후 톺아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 트랜스적인 몸, 그런 상태, 논바이너리의 상태 같은 것들이 좀 더 직관적으로 좋다 느껴진다. 사회에서는 억압하는 방식으로 다루어지지만 적어도 자신을 규정하는 방식으로서는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고 좋다. 다른 영역보다는 특히 뮤지컬에서, 무대 예술을 볼 때 특히 남자도 여자도 아닌-을 보게 되는 순간들이 무척 좋은데(또 굳이 구분하자면 남자이기도 여자이기도 보다는 그 무엇도 아닌 쪽이 더 좋음), 그런 느낌으로도 좋았다. 이래도 되나? 싶게 알아요 뭔지 알아요 싶어서 부끄러운데 그치만 알겠다는 마음만이 자꾸만. 사실 내가 아는 건 거의 없지만 아무것도 아니고 싶고 그럴 때 가장 나를 잘 표현하는 것 같다고 느낀다. 이건 그냥 자의식? 지조? 같은 게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 이 바운더리 없음, 희미한 구분이 보다 ... 이렇게 말하기는 좀 웃기지만 진리처럼 느껴짐 ㅎㅎ
더해서 작가님이 추천하고 번역한 남은 인생은요?도 읽고 있는데, 삶은 문제가 해결되고 해결되지 않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희망적이기도 절망적이기도 하다.
대만 가기 전 우밍이의 도둑맞은 자전거를 읽었고 읽기를 잘했다 생각하며. 또 대만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2차세계대전 말미에 동아시아 국가들이 처한 상황을 다른 아시아 국가 중심으로 놓고 있는, 일제치하에서 일본과 한국은 주변지인 지도를 너무 몰랐구나 싶었다. 독립운동, 항일운동의 역사는 주로 중국, 만주, 러시아 등 추운 곳으로 북으로 이동하고, 같은 식민치하 혹은 위협을 받고 있던 남쪽의 아시아 국가들이 어떻게 싸웠는지는 거의 아는 게 없었고... 당연히 힘들었겠지, 그렇게 넘기고 말았는데 넘나 부끄러워... 더해서 역시 동북아 아닌 작가들 책 좀 더 읽어 봐야겠단 생각도 들었다. 태평양 전쟁 때 미얀마와 라오스, 베트남, 싱가포르 등....
전쟁에 동원된 인간에 대한 애도 뿐만 아니라 동물과 나무:자연을 포함한 대만 전체, 동(남)아시아의 현대사 전체에 대한 애도로도 느껴져서 압도당하는 것 같았다. 슬픈 이야기들의 연속이지만 슬픔만을 느끼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흐름. 2018년 맨부커 후보작이었다는데, 최종작까지는 아니었다지만, 이 거대한 얘기는 그다지 새삼스러운 피해도 애도도 폭력도 아니라고 생각했던걸까? 유럽사만 해도 아직 부족하다거나.. 뭐 여러가지 기준이 있겠지민 아쉬웠음. 미국의 전쟁에 대해 더 많이 말해져야한다고 봐 난... 암튼 귀신들의 땅도 꽤 큰 스케일이라고 생각했고 인터내셔널한 감각이다 싶어 좋았는데 슬픔이라는 보다 개인적인 감정을 달래면서도 서구적인 것과 타이완의 균형을 보는 느낌이라면, 도둑맞은 자전거는 슬픔보다는 사건: 커다란 시간의 직시에 좀 더 가까운 것 같은. 비슷한 시기를 다루는 이야기 중에 삼대의 스케일을 다루는 한국 소설 중에 이렇게 더 먼 세계로 뻗어나가는 걸 거의 읽은 적이 없어서 새삼스럽게? 새롭게 느껴지나 싶은데... 한국 같은 경우는 일제강점기 - 한국전쟁 - 민주화 과정에서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의 분쟁조정이 언제나 제1의 당면과제였던 것 같아서 (이것도 너무 한국인:특히 남한?사람? 중심의 문제) 이런 다국적 감각은 글케 많지 않은 것 같기도. 물론 대만에서도 이 작가의 이 작품이 특별히 더 다른 것일 수도 있지만...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를 먼저 읽었는데 배경지가 비슷하다보니 작가의 관심사라든지 주제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햇빛 어른거리는~은 굉장히 미시사 깉은 인상이었고 그것대로 상인들, 생활장인들, 수공업자들에 대한 사료 같기도 한 매력이 있었다. 그치만 소품들의 나열이고 이야기는 보는 사람이 좀 더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무대 설명에 가깝다 느꼈는데, 도둑맞은 자전거까지 해서 좀 더 완결성이 생기는 느낌. 나비 탐미기도 궁금하다. 작중에 나비 얘기가 여공문학 느낌으로 참 좋았었어서...
아무래도 대만을 배경으로 했으니까 그럴수밖에 없었지만 후반에 린왕의 얘기가 자세히 나와서 또 구아바 생각하며 부끄러워했다. 자료를 찾고 간추리면서도 이렇게 난도질하는 기분으로 남겨도 되나 하지만 일단은 팬픽이니까! 하고 적당히 필요한 부분만 발췌했는데 역시 그런 코끼리의 역사를 담으려면 450페이지 이상의 분량이 필요하다. 아무튼 국제적 감각에 더해 거기서 더 넓은 생태적 감각이 엄청 좋다. 좋다,는 게 무조건 동의!라는 건 아니고 얘기할 게 많도록 한다는 느낌. 기본적으로 동물친화적인데 그냥 보호합시다-라기보다 정말 생활과 밀접해서 친화적이란 인상이 있다. 과거의 나비가공업과 현대의 동물원처럼 동물을 적극적으로 착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근대화-현대화의 물결 속 동물들의 모습, 그들의 몸과 인간의 몸이 다르지 않다는 인지는 있었다는 묘사들이 좋다. 눈 속의 에튀드도 좀 생각이 났고. 인간의 고쳐씀에 대한 의지도 좀 오싹하게 느껴지는데 그보다 오래 사는 나무 같은 것.
대만 자전거의 역사와 자전거 수리 얘기가 계속 나와서 또 페달 생각을 이래저래 했다. 중간중간에 자전거 관련 인용구의 감성이라든지 페달을 밟고 가면서 여러 다양한 사람들과 이어지는 것은 완전히 페달 감성인데, 과거의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다시 연결되고 새롭게 만나고 그러는 과정들은 일단은 현재 페달의 관심사는 아니기 때문에.... 과거와의 연결 같은 지점에서 스페바가 좋은 게 있기는 한데 기본적으로 페달은 가벼운 편이고, 스페바는 이제 현재-가까운 미래의 얘기가 되고 있어서. 물론 그래서 좋은 거지만.
월말에 상영회가 있어서 다녀왔는데, 오랜만에 봐서 새삼스럽게 이래서 좋아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보기 전부터 아직까지 기이한 것 으스스한 것을 조금씩 읽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페달에서 가감없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이상함들, 퀴어적이라고 보여지는(그렇게밖에 볼 수 없는) 표현법이 많이 들어왔다. 뭐랄까 극도로 정제되고 컨트롤하고자 하는 감이 보여지며 때로 그런 이유가 자부심이 되는 슬덩을 보고 있었고, 차이가 도드라지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뭐랄까.. 언제나 쉼없이 이상하고 그 이상함을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보여주지 않는 점이 좋다. 그게 엄청 어려운 일이니까. 미도스지로 대표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쪽이 너무 압도적이라 그렇지 다들 약간은 이상하고 이 작품에서 가장 이상하고 좋은 건 여기에 등장하는 남고생들은 사실상 거의 남고생들이 아니라는 점. 제목부터가 겁쟁이고, 운동부를 좋아하지 않고 선망하지 않고 멋있어하지 않고 큰 목소리 위압감 같은 것을 싫어하는 찐따같은 오타쿠 남자애가 주인공이 처음부터 정말 좋았어. 약간 충격이었고. 사실 이런 기분나쁜(?) 유형의 주인공은 확실히 스포츠 만화보다는 순정만화 주인공이지 않나 싶은데, 그마저도 원래는 여자애였다는 게 정말... 엄청나다 싶은.
상영회 영화가 더무비여서 또 토도 생각을 이래저래 좀 하고 다시 스페바를 좀 봤는데... 스페바의 토도는 봐도봐도 이상한 기분이 든다. 좀 울컥하게 되는 부분들이 계속 계속 있다. 본편에서의 서사도 어떻게 보면 스페바도 마키와의 관계를 다루는 연장선이지만... 스페바는 보다 처음부터 시작한달까.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것부터. 돌멩이 하나를 줍는 것부터 시작해. 츠쿠시바 레이스나 우사키치 에피소드에서의 역할 등은 본편에서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 묘한 쓸쓸함과 슬픔이 극대화되는 장면들이 꼭 있는데 그게 정말 좋다. 소박한 부실이라든지 마을 축제라든지 그리고 스페바가 나옴으로 인해 하코가쿠에서의 시기가 오히려 특별한 시기가 된 거라든지.
토도가 자전거 경기부를 만드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얼마나 심장이 뛰었는지!? 겁쟁이 페달은 애니메이션 연구부를 만들고 싶다는 걸로 시작하니까 말이다. 토도와 오노다 서사에서의 교차점들을 봐도 기분이 정말 묘해지고. 아직도.. 뭐랄까 토도의 서사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것 같기도.
인화랑 삼색도도 다시 봤고 다시 봐도 참 좋았다. 아름다운 내용이라든지 뭐 그런 것도 좋지만 음악이 정말 좋다. 그런데 다른 것보다 폴리아모리적 얘기라는 게 그토록 큰 장벽?일 수 있는 것은 좀 신기하다. 삼색도 후기 중 절반은 섹스씬 (개막 후 뒤덮인 후기들로 인해 필연적으로 언급할 수밖에 없게 되는;;) 절반은 뭐야 폴리였어?<라니 믿을 수 없어. 사실 난 삼색도가 폴리....라는 게 너무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서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그냥 폴리라는 거에 대한 의식적 자각?이 별로 없었던 거도 있지만, 이게 장벽?이 될 정도는 아니지 않나 싶은데;; 좀 이상하단 생각을 했다. 폴리.... 인 게 문제가 되나요? 잘 모르겠음 이 극에서 이들이 세같살 혹은 네같살을 하는 게 그렇게 이상할 일인지. 아니 애초에 배경이 조선궁궐인데 세같살이기만 하겠어?
두리얀구레이에 대한 상처를 씻을 겸, 감사하게도 지인이 표를 구해주셔서 베어 10주년 콘서트를 갔다 왔고, 또 마음이 막 찢어졌다. 사실 본진이 정말 사랑하고 좋아하고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는 극인 건 알지만, 내게 이 극은 정말 마음을 복잡하게 하는 구석이 있어서 사실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뭐랄까, 어떤 면에서는 그렇게 즐길 수는 없다에 가깝기도 한 것 같고. 퀴어청소년들을 위한 극인 걸 알고 본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이 청소년들을 사랑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부채감이 있다. 사랑하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단지 이해하는 것으로도 괜찮지, 라고 생각해도, 편하게 볼 수가 없다. 이 애들이 자기들이 살아온 시간 내에서 어떤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리고 하는 것들을 비난하지 않으려고 엄청나게 노력해야 하는 나의 부족함, 너그럽지 못함 같은 것도 자꾸 마주해야 하고. 그리고 학생이기 때문에- 라는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베어콘 마지막 날은 특히나 거의 초재연 배우들이 많기도 해서인지 마음들이 좀 각별했던 것 같다. 꼭 제이슨의 10주기인 것처럼... 그런 동창회 분위기인 게 참 좋았다. 어떻게들 살았어, 같은 분위기도 있지만... 살아 남았구나 다들, 그런 거. 본진이 엠씨 본다고 했을 땐 사실 뭐 엠씨 잘 보기야 하지만 그래도 넘버 위주로 하면 좋을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맡은 넘버도 무척 좋았구 다른 배우들에게 질문하는 걸 보는 것도 좋았다. 하우스 음악으로 롤옵이 나올 때부터 좀 말랑말랑해진 상태였는데, 실제로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엉엉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거의 막바지에 다다라서 섭솧 베어-마무리인사-전체 노보이스 구간은 정말이지... 슬픔이 주체가 안 되는 느낌. 노보이스에서 초재연 멤버들은 다들 제정신이 아니어보여서, 더 이상한 기분이었다. 정말로 공연을 한 것처럼, 그때 어쩔 수없이 졸업당한 것처럼, 그리고 이후로 아직도 아무도 졸업하지 못한 것처럼 모두 엉엉 울고 있었어.
정말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초연 아이비가 이번 시즌에 샨텔수녀-클레어를 하는데, 그 역할 바뀜에 대해서 본진이 물어봤던 거였다. 그리고 그 대답도 무척 좋았다. 주된 건 책임감을 느낀단 거였고... 사실 정말 기묘하게도, 여기서 등장하는 신부,수녀님,엄마는 애들을 그리 이해하지 못한다. 어쩌면 이해하기 때문에 부정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샨텔 수녀님은 피터에게 너는 쓰레기가 아니고 자격이 없지 않고 그냥 다른 거다, 이런 말은 해 주지만, 확실히 지금에 와서는 그 다를 뿐이라는 말도 위로가 전혀 되지 않을 것 같은 거다. 다르지 않다고. 물론 다 다르지만 다르지 않아. 다르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비에게는 아무도 어떤 말도 해 주지 않는다. 견디라는 말 조차도... 그냥 혼자서 나 이제 어른이고 다 컸다고 노래하는 수밖에. 클레어도, 피터를 정말로 사랑하지만, 정말로 이해할 수 없고 고치고 싶고 그런 마음을 동시에 가지는 걸 표현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이런저런 좋은 대답을 들으며, 본진이 베어 할 당시 했던 질답 중에, 다음에 신부님을 해 보고 싶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 사실 신부님은 아주 꽉막힌, 이 애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억압 그자체이고 전혀 좋은 사람도 아니지만 아이들이 어쩔수 없이 고해성사하는 대상이다. 그냥, 뭔가 그런 대상이 되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고 궁예한다. 삼연 때 수녀님들 초대했던 것도 그렇고. 그건 나름대로 자신의 활동?일 수도 있는데... 뭐랄까, 삼연은 그때 처음 봤던 나에게도, 본진이 좀 더 나중을 바라보고 피터가 살아남았을 때를 생각하면서 이 애들에게 최대한 생존가능성을 주고 싶어한다는 인상이었다. 그래서 피터는 어느 정도 단단하달까, 뭔가 미래를 준비하고 있고 그 미래가 있음을 아는, 연민할 수 있는 여유랄까, 포용력 같은 게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회귀자... 처럼?) 그 연장선으로 수녀님들을 초대한 거고. 그러고 몇 년이 지나 10주년이 되었을 때, 피터와 다른 아이들이 여전히 살아남아서 어른이 되었을 때의 감회가 어떨까, 그런 걸 계속 생각하게 되는 콘서트였다.
어릴 때의 일, 지나갈 일, 통과 의례 같은 게 아니라는 거. 영영 사라지지 않는 상처, 여전히 답답한 마음, 그래서 다들 어떻게 살고 있어? 같은 마음. 난장판 뒤에서 혼자 고해하고 혼자 이해하고 혼자 자랐을 모습들. 어떤 일이 있었든 어떻게 되었든 살아 있었다면 좋았을 거다.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건 어려서가 아니라, 삶이 이어지는 동안 계속 되어야 하는 건데, 어릴 때는 그게 끝인줄로만 알게 되기 쉽다. 살아본 적이 없으니깐... 그런 슬픔. 널 사랑해, 끝까지 < 의 마음을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
채널 예스 칼럼에 연재되고 있는 송섬별 번역가 님 칼럼.... 이 제일 슬펐다. 앞의 전부취소-남은인생은요와 함께...
그리고 너의 연애와 리원님. 사실 5월 초에 이것 땜에 엄청 스트레스 받았었다. 일을 시작해서 정신이 없어지기도 했고 거의 다 편집하는 방향으로 방영되고 있다고 해서 좀 정떨어지기도 했고 해서 자연스레 이후 회차는 더 안 보게 되기는 했는데... 연대하는 사람들이 남긴 페이지를 보고 좀 마음을 다스렸다. 어떻게 사람들이 이런 사회에서 자신을 판다는 감각이 없이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듯이 말을 하는 게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 내가 궁금한 건 왜 창녀가 돈을 쉽게 번다고 생각하고 또 그것을 욕하는지:정말 중요한 것을 파는 거라면 당연히 돈을 많이 받아야 하는 거잖아, 그리고 돈을 쉽게 버는 직종이 창녀 뿐인가? 창녀가 아닌 자신의 노동은 착취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지. 그외에 여러가지 돈을 벌기 위한 고군분투들은 뭐가 그렇게 다른지에 울분이. 왜 어떤 정체성을 공고히 해야만 하고 그걸 증명씩이나 해야 하는 건지- 믿어주기나 하면 모르겠는데 믿지도 않을 거면서?
나를 판다는 감각을 숨쉬듯 느끼면서 사니까, 돈을 버는 거에 재미가 안 느껴지는 것 같다. 돈이 없으면 안 되고 와중에도 조금이라도 흥미와 재미를 가지는 데서 일을 하려고 하는 거지만... 돈이 없으면 안 돼, 라는 거에서 벗어나지도 못하니까 진심으로 즐기기도 잘 안 되고.
돈이 무한정 많다고 할 때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 집을 어디에 두고 싶은지 얘기했는데 나는 집을 안 가질 것 같다고 했다. 내가 대답하고도 좀 놀랐는데 난 아빠와 대화라는 걸 시작했을 때부터 내 집을 원했고 계속 이게 최우선인데, 완전히 반대의 대답이 먼저 튀어나와서. 지금도 자가가-부동산이 제일 큰 목표인데 그러다보니 궁극적으로는 차라리 안 갖고 싶은 것 같기도 하구. 물론 당장은 우리 애들이 있으니깐 애들이 있을만한 집은 있어야 하지만... 얽매이고 있다는 감각도 너무 싫어.
남들이 다 그렇게 캐해하는 이들을 나만 그렇게 캐해하지 않는 심리- 메이저의 리버스만 파는 꽤 오랜 딜레마이긴 한데...., 왜 이렇게 보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새삼 하고 있다. 그래서 ...... 팬픽이 잘 안 써지는 요즘....6_6...... 시간도 몹시 부족하고....다시, 뭘 하고 싶은 걸까 고민하고 있기도 하고.... 대선 기간 스트레스도 크다. 솔직히 내란정국 당시만큼이나. 화만 박박 내고 있어.
마지막은 만화 오키나와. 모래의 검-마부이를 엮은 것이라고 한다. 좀 더 큰 판형으로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네. 전쟁의 무서움, 전쟁의 폐단 같은 경각심 외에도... 현대의 기지촌 문제 얘기도 있어서 그런 게 재밌었다. 땅 전체가 기지화 되는, 또 그렇게 여겨지는 인식의 차원. 그런 '신문물'을 기회로 받아들일 건지에 대한 오래된 문제. 공무원이 운동에 뛰어들 수 있는 거도 되게 좋아 보이고. 종교로서가 아니라 생활로서의 신앙과 그 태도에 대해서도. 땅에 대한 태도다. 자연스럽게 대만 소설들을 읽을 때와의 감각, 그 내용도 같이 떠올렸다. 사실 미군 기지 문제는 오키나와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가 인터뷰 중에 그런 말이 너무 무서웠다... 아마 일본 본토 사람들은 전쟁이 나도, 어차피 기지는 오키나와에 있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심정으로 러시아도 전쟁을 지속하는 거겠지. 자기네들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니까. 궁극적으로 미국이 싫어서-인 것도 바로 이런 부분이고. 우타키가 있는 땅과 유타의 기도 등이 보여주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현대의 이익으로 설득할 수 있는가? <이거 아마 거의 절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걸 아니까 막무가내로 들이미는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