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부서진 대지 시리즈 읽다. 제미신 작품들 궁금하기도 하고 트친들이 넘 좋아하는 작품이어서 꼭 읽고 싶기도 했는데 부서진 대지 1권의 도입이 쉽지 않아서 몇 번인가 재도전하다가, 마침내! 몇 달간 집중해서 책을 읽지 못하다가 기나긴 이야기를 읽을 때가 왔다, 지금이다, 싶은 마음에 자리를 잡고 읽었고 보상(?) 같은 밀도의 이야기였다. 10일 정도 걸렸는데 1권에 5일-6일 정도 쓰고 2권에 이틀, 3권에 이틀 정도 써서 읽었다. 장편과 시리즈의 즐거움은 아무래도..... 이 가속도에 있다고 생각하고 올해 독서 목표 중 장편을 읽기가 있는데 스타트가 재밌어서 아주 신이 났다. 심각한 내용 중에 웃기기도 엄청 웃긴데 괄호체의 즐거움이 특히. 괄호만 모아서 보고 싶을 정도. 그래도 얇은 책 정도는 나올 것 같음.
여러모로 좋은 이야기였는데 -인종적, 혁명적 얘기로서 특히, 제일 많이 함께 생각났던 건 스티븐 유니버스였다. 이거 정말 잘 봤고 좋아했는데, 넷플릭스였나 왓차에서 서비스 했을 때도 시리즈가 다 올라와있지 않고, 유튜브에 공식 채널에서 제공하는 전 시리즈 몰아보기 같은 영상도 왜인지? 전체 시리즈가 있지 않아서 뭔가 아쉬워서 재탕을 잘 못하고 있다... 미애니 특 옴니버스 시리즈라 중요 에피만 봐도 되기는 하는데 옴니버스의 매력이란 별 의미 없어보이는 일상에피의 연속 그 끝에서 일상을 모두 묶어주는 주요 서사 에피소드가 주는 감동이라고 생각하고 또 스낵용으로 보고 싶기도 해서 전체가 없으면 아쉬워.... 암튼 스유의 프리퀄이랄까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던 소재와 내용이었다. 부서진 대지 시리즈라는 말에 걸맞게 인물들이 어느 정도의 레벨에 도달하면 암석 이름을 스스로 붙이고 암석으로부터 갈고 닦아진 광물/보석이 땅의 힘을 이용하는데 그게 무척 멋지다. 인간의 능력을 증폭 시키는 게 아니라 대지의 힘을 쓴다는 게 보다 본능?적으로? 또 동물적으로 느껴지는 게 있다. 마법과 비슷하지만, 또 마법이라고 이름 붙이는 능력도 있지만 모두 뭐랄까 일종의 무속 같은.. 애니미즘적인 힘이 느껴진다.
흑인 여성 (작가?) 문학이 공유하고 있는 정서도 흥미로웠다. 흑인 여성 작가의 작품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지점은 역시.... 진짜 미친 엄마의 존재. 라는 거같다. 미침의 정도-폭력/학대의 정도가 자기 자식을 죽일 수도 있을 만큼인, 지금 이 현실에서 사는 게 죽는 것보다 괴롭다고 판단하는 불안과 공포. 너무 가혹하게 보호하느라 분노를 쏟을 수밖에 없는 역설을 계속 해야만 하는 게. 주인공 뿐만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묘사에서 두려움이나 공포가 어떻게 분노와 혐오-폭력으로 표출되는지가 두드러지는데 그것이 굉장히 다면적이고, 이게 아주 정교하게 캐보션된 보석을 떠올리게 하기도. 그 날카로움이 어떻게 옆에 있는 사람을 찌르는지 같은 것... 흑인 차별은 종차별 식민지인 차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고, 미국에서의 흑인차별은 그 나라? 대륙?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어서 그 잔학함이 훨씬 뿌리깊게 느껴진다... 그런 것까지 포함해 아주 깊이, 또 긴 시간을 다루는데 지질학을 소재로 하는 에스에프라는 점이 엄청 감동적.
이번에 해포 드라마 캐스팅/이미지에 헤르미온느랑 스네이프가 흑인 캐스팅이라 또 여러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럼 아무래도 맥락이 바뀌기도 하겠지만 스네이프와 헤르미온느의 관계도 다시 쓰고 싶어질 것 같아. 캐스팅에 대해 자와자와 얘기가 나올 때, 칭찬처럼 던지는 너무 핫한 거 아니냐, 찐따 아닌 것 같다 뭐 그런 류의 말들도 미묘했다. 성적인 이미지로 떠오르는 것 자체도 차별적인 시선이 있고... 사실.. 찐따 아닌 것 같다...는 게, 찐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찐따화 되는 것 그것이 인종차별이니까 사실 그 사람이 한국인이 보기에 찐따스럽지 않다는 건 그냥.... 여튼 이거 영상화 얘기가 있었다는데 넘 궁금하다.
아무래도 너무 마음 아픈 캐릭터는 나쑨인데(우연히 보았는데 아랍어로 피플이라고 한다ㅠㅠ 실제로 그런 어원인지는 모르겠지만...) 등장인물들 이름이 대부분 영어식이기보다 중동/동남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등의 계열 같은 인상이고, 그래서 인종 차별의 역사인 게 더 고스란히 느껴졌다. 외양 묘사도 그렇고. 미국 소설은 아무래도 인종적 이유로 외양 묘사가 더 강하게 들어간다는 인상이 있는데, 이 소설 유난히 잘 도드라지게 잘 묘사했다는 생각. 모든 인종을 이리저리 섞은 것 같았구. 암튼 에쑨의 딸인 나쑨의 서사는 꽤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흑인 모녀 서사인데 이렇게 극으로 치닿는 경우도 많지 않다는 느낌. 약네랜의 이자벨라와 엠마 생각도 많이 났다. 나쑨이 에쑨이나 샤파와 만드는 관계 자체가...ㅠㅠ 어린이의 강함과 나약함을 보여주는 방식이 너무 좋아,.. 다마야와 비교해서도 정말 좋은 것..... ㅠㅠ ㅠㅠ
용어 등등 때문에 역자의 후기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찾아봐야겠어. 그리고 좋았던 부분들. 혁명적이고.... 사랑과 미움이 중첩되는 지점들이 정말 많아서 풍부하게 느껴짐....
우리는 무적의 한 쌍이야. 정신 나간 미친 여자랑 까칠한 애새끼란 말이야.
하지만 이건 다마야의 질서다. 그녀 자신이 만들고 구축했으며, 누구도 그것을 침해할 수 없다. 오롯이 자신만의 무언가를 가진다는 것은 근사한 일이다.
그래서 시엔은 알라배스터를 증오한다. 그가 더 강하기 때문도 아니고, 그가 미쳤기 때문도 아니고, 지난 수년간 그녀를 편안하고 안전하게 보호해 왔던 관습적 거짓과 암묵적인 진실을 적나라하게 발가벗기기 때문에.
엄마는 가끔 나쑨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나쑨은 한 번도 그 증거를 본 적이 없다.
때로는 우리마저...... 깨지고 금이 간다.
"너는 어떻게 버틴 거야?
상상할 수가 없다. 죽고 싶은데도 죽을 수가 없는 삶. 네가 알고 아끼고 사랑하던 모든 것이 죽고 사라져도, 어떤 일이 있어도 계속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 아무리 힘들고 지칠지언정.
"앞으로 나아가."
샤파가 두 눈을 깜박이더니 빙그레 웃어 보인다. 사랑과 학대가 같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사실을 늘 알고 있었던 남자의 상냥하고도 끔찍한 미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되돌려 줄지 너는 선택할 수가 없지."
(나쑨은 정말 착한 아이다. 그 애에게 화내지 말렴. 나쑨은 그저 제한된 경험을 토대로 선택했을 뿐이고, 그 아이가 겪은 경험의 대부분이 끔찍했던 건 그 애의 잘못이 아니니까. 대신에 나쑨이 얼마나 완벽하고 쉽고 철저하게 사랑을 베푸는지 찬탄하렴. 세상을 바꾸고자 결심할 만큼 무한한 사랑이라니! 분명 어디선가 이렇게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을 테지.)
"난 별로 참을성 있는 편이 아닌데."
하지만 너는 내 손을 잡는다.
참을성을 발휘할 필요는 없어. 절대, 절대로 그러지 말렴. 이것이 바로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는 방식이란다.
"나도 그래. 그러니까 지금 당장 시작하자."
이랑님의 에세이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 연대기를 갑자기 발견해서-홍보하는 것을 보고... 읽었는데 마음이 살짝 찢어졌고. 삶과 잠과 언니와-- 노래를 너무 잘 들었고, 좀 계쏙 곱씹는 노래인데... 책을 읽으면서는 이런 마음을 노래로 만들고 계속 부를 수 있는 것? 그래야만 하는 심정?에 대해 새삼 생각해 봤던. 글로 쓴다거나 그림으로 그린다거나 하는 창작 방식과는 좀 다른 것 같다. 노래로 부른다는 건...... 얼마전에 키라라 님 한대음 수상소감 들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듯. 폭발하고 쏟아내놓기보다.... 물론 그런 표출도 있지만 끊임없이 곱씹고 표현하고 그리고 보다 직접적으로 목소리로 말한다는 점에서 -몸이 직접 울리고 있다는 게 다가오는 게 다를 것 같고. (중얼거림이라고 표현했다) 글과 노래 모두 언어를 재료로 한다는 점에서 연장선이랄까 관계가 있지만 글과 노래에 사용된 어휘나 문장 형식이 무척 달라서 약간은 다시 펼치기 무섭다는 느낌 ... 너무 선뜻 다가가버렸네. ... 오히려(?) 글이 격정적이고, 노래가 가라앉는다는 느낌인데, 언니를 향한 노래는 언니에게 미안해, 하고 있는 노래이고...-물론 작가님 음악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글은 본인의 에세이, 본인의 일기이기 때문에 막 지르는 걸 보면 장르 그자체보단 역시 내용에 따른 차이겠다 싶네. 태도의 차이. 엄격함의 차이...
그리고 이제는..... 진짜로 ... 반납해야돼 도서 김이태 작가 단편집 궤도를 이탈한 별. 트친님이 나의 글이 생각난다고 추천해주신 작가인데 추천 작품은 <식성>으로 역 채식주의자랄까? 그런 맛이 있다. 그리고... 표제작을 읽고 심장이 뛰었음. ...^^
나는 우리 세 사람의 생활에 들떠 있었다. 아내와 형수를 맞이한 그들 역시 나만큼 들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형제와 형수의 세같살? 하 ... 나의 첫 팬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제목: 비밀과 거짓말, 요약: 쌍둥이 자매와 어떤 형제의 네같살.) 작품 전반으로 혁명의 80년대-90년대 초가 지난 90년대 후반 특유의 권태가 녹아있고, 은은한 미국이 싫어서, 감각도 있다. 특히 미국에 잠시 속해서 완전히 발을 뺄 수도 없는 류의 것이라 시니컬하면서도 내밀한 감정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이 정도의 무게감일 때 읽기가 잘 흘러가는 것 같다. 사실 문장 자체의 무게인지 감당가능한 시간? 시기?의 무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장의 밀도이기는 한 것 같다. 중고 서적으로 구할 수 있으면 구해봐야. <식성>은 퍼니사이코픽션이라는 사이코 단편 모음집에도 있는데, 이 편집자가 생각하는 사이코란... 이런 것이군.. .싶은 모음이기도 한데 골똘히 읽지 않아서 좀 한산할 때 다시 읽어볼 예정.
선덕여왕 보고 ,, 웹툰 카라반을 봤는데, 학습?을 목적으로 한 역사물. 고구려 상인 얘기라고 해서 봤는데... 뭔가 선덕여왕 보면서도 생각했는데, 영상이나 그림으로 표현해서 눈에 박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고대의 외교관계를 중점으로 다루는데 오랜 시간과 거치는 장소들, 사람들이 좀 더 밀착되는 게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부분들이 좀 재미있었다. 이 시절의 언어라는 건 지금만큼 괴리가 크지도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고(더 컸을 수도 잇지만...) 그런데 또 시기는 고구려 말기여서, 그 혼란함이라든지 쓸쓸함 같은 것도 좋았고, 외부세력, 특히 여러 유목민족들과 교류하는 것이 주된 흐름인데, 나라가 망하면서 난민이며 이방인인 입장으로 끝이 나는 흐름이 드라마틱.
사람과 고기 왓챠 올라온다고 했던 거 잊고 있다가 봤는데 생각보다 더 유쾌하고 더 착잡해서 진짜 어쩌지?라는 생각을 계속 했고. (그러나 언제나처럼 그렇게까지 뾰족한 수를 생각하진 않는다) 아빠가 언제나 집을 마련해야 한다 니 먕의 집이 하나 있어야 한다 말해왔기에 글킨하지 라는 생각으로 집 마련을 최종목표(?)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난 언제나 나의 마지막은 집없이 길거리 생활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왜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 정말로 그런 길로 가는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집에서 살게 되더라도.... 그래서 이 독거 노인들의 삶이 너무 슬프다 이런 생각보다는... 예습하는 기분으로 봤다. 예습? 그냥... 마음의 준비. 미래를 모르는 젊은이들에게 뭐라고 해주면 좋을지.... 고기 먹튀를 하려면 달리기를 좀 해야겠군... 고기를 씹을 수 있어야겠군... 그런 생각. 계속 마음에 남는 장면은... 죽을 날이 되어서 친구에게 연락해 내 장례비라고 몇 만원 정도를 쥐어주던 노인의 죽음.... 돈인가..... 아 괴로워 ..... 디디에 에리봉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을 요양원에 들어가게 된 어머니가 초기에 어떤 심정을 겪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까지 읽었는데 책이 어디갔는지 모르겠어서 이후를 못 읽고 있어 어디 놔뒀지;
그래서(?) 오랜만에 미성년을 다시 봤고... 다시 봐도 넘 재밌다. 당혹스럽고, 이기적으로 구는 청소년들 너무 좋고 엄마들도 전보다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야물딱진, 말대꾸 따박따박 잘하는 청소년들이 이입할 수있는 대상이 엄마가 아니라 조산한 아기라는 것도 넘 귀엽다. 짠해서... 치열하게 느껴지고. 아기여고생부부의 양육방법의 갈등, 엄청나게 압축적으로. 아버지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한 거지.
영화는 적당히 재밌었는데 경험적으로 무척 좋았던 상영회. 소마이 신지 영화 상영회를 한다기에 잘 모르는 영화를 무작정 신청했는데, 영화는 예상한 정도의 좋음? 이랄까 그랬고 여름정원이 이런 느낌이려나 예상해 보았다. 옛날 영화군 싶은 게 없지 않지만 또 상당히 징그럽기도 하지만... 피터팬, 그런데 여자아이 피터팬, 아재 웬디, 개저 팅커벨인.... 영화여서 재미있었다.(이거.... 허간민인가..? 미안합니다) 다른 영화들에사도 그렇지만 되바라진 어린이-청소넌들이 나온다는 게 넘 스트레스받고 즐거움. 감당할 수 없는 에너지. 그러니까 죽고 싶을 수 없는 애들. 피터팬이라고 생각했던 건 별건 아니고 그림자 때문이었다. 잠시 현실로 돌아온 유우는 어쨌든 죽었기 때문에 사진에 찍히지 않는데 그림자는 있다. 그게 신나서 보호자?로 찜한 남주와 그림자 밟기를 하는데, 그 장면이 넘 좋구 슬펐다. 이게 후반의 뮤지컬(?)신과 이어지는 부분도 있는 듯하다. 기묘하고 얼렁뚱땅 꼴라주 같은 씨지도 약간의 환상성 몽환성을 더해주고. 소마이 신지 영화 속의 여자 아이들이 폭발시키는 삶에 대한 의지나 집념 같은 게 좋다. 뭔가 일본 매체들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영역이기도 하지만 이 감독이 정말 잘 하는 것 같애. 죽음을 뚫고 나오는 그런.... 한과는 또 다른 느낌의.
https://youtu.be/JmritG_x_Aw?si=-1kyYvNfBIxj4AKC
영상은 영화 속 뮤지컬스러운 재즈풍의 주제곡. 영화 끝나고 암전 후 원곡을 감상 시간을 가졌는데 .... 이게 넘넘 좋았다.... 7080 밴드 사운드에 가사도 밤거리를 걷다가 헤어질 수 없어서-헤어지고 싶지 않아서 서성이는 연인의 내용이라 영화의 여운을 배가시켜주었다 🥹 그리 크지 않은 공간에서 열댓명 정도의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듣는 감각이 영화관이랑은 또 다른 느낌! 노래 가사도 넘 사랑스러버서 ... aww의 심정으로 집에 돌아왔다. 돌아갈 수 없는 걸음을 계속 생각하며..... 주말에 침묵독서클럽을 드디어 참가했는데, 그때도 약간... 모르는 사람들과 비슷한 행위를 하면서? 그러나 딱히 깊은 교류는 하지 않는 그 상태의 충만한 마음, 같은 것이 좋은 것 같다.... 사실 영화관도 그런 공간이기는 하고... - 영화관을 엄청 좋아한다거나 하진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차분해지는 느낌은 좋다 .
글고 또 오타쿠 생각으로 빠져보면... 태섭이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씨피 연성에서 아무래도 이 캐릭터에게 같은 아픔을 또 줄 수 없다는 마음으로 태섭의 행복을 바라며 짝꿍들을 오래오래 장수하도록 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만드는 것 같다. 이야기의 재미에 더해... 난 항상 이런 지점에서 감동받고 또 약간 반성하곤 하는데... 아무래도 나는 태섭이보단 상대를 조금 죽이고 싶다... 어쩌면 최애 괴롭히기의 일환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괴롭히기를 좋아하는? 또 잘하는?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태섭이가 1초라도 더 살길 바라는 그런 심정이고.... 상대보다 1초라도 오래 살길 바라는 심정이고 어쩌면 태섭이도 그걸 바랄 것 같단 생각을 한다.(어쩐지 머뭇거리게 되는 부분. 그냥 내가 바라는 거란 건 알지만...) 게다가 상대가 목숨 수 같은 이름을 갖고 있으면 아무래도 단명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일단 있고(정말로 오로지 이 이유 때문에 일찍 죽어야겠지 한다. 혹은 장수를 장담할 것 같아서...). 최애는 무조건 오래 사는 게 좋지 오래 살면서 슬픈일 힘든일 다 겪고 그만큼 1초라도 조금 행복하거나 즐겁거나 할 수 있으면, 그리고 설사 고무적인 일 따위 없어도? 그래도 살아서 구르기를 바란다-의 마음이 들어서 늘 혼자 오래 사는 태섭이 생각을 많이 하는데...(그러나 막상 창작에 들어가면 결국 죽일 수는 없게 된다) 이 영화를 보고 조금쯤 오래 사는 정머만과 약간 먼저 죽는 혹은 단명까지 하는 태섭이를 생각해도 마음이 덜 아프게 되었다. 유우가 웃었기 때문에... 더이상 나이를 먹을 수 없지만... 그래도 괜찮아졌기 때문에 (얼마나 납득할 수 있느냐와는 별개로)....
퍼슬덩에서 가장 심정적으로 동의?랄까 이입하게 되는 쪽은 카오루 씨이고 어린 아이의 죽음을 목도하는 입장이고 그렇기 때문에 영영 이 얘기에서 맴돌게 되는 것 같다...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았을텐데? 책임을 지고 싶었던 것도 정말 많고, 그리고 나이도 들고 싶었을 거야. 생일을 매번 맞고 싶었을 거야... 그러니까 계속 함께 생일을 챙겼을 거야... (대부분의 면에서 안나가 무슨 말을 하든 좋아, 또 그 말은 필요한 말이기는 했지만.... 이게 미련한 짓인 걸 알아도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다는 걸.... 안나도 알지만 굳이 말을 했을테지 그러니까... ) 그러니까 준섭이의 환영 같은 장면들을 넣지 않을 수 없었던 거겠지. 그런, 심적인 허락이 없다면 보내줄 수 없으니까. 단지 시간이 되었다라는 이유로 떠날 수는 없는 것이지... 그런데 북마크 보다가 어떤 분의 러브레터 썰을 저장해둔 게 있어서 읽어보니, 보기 드물게 상대가 먼저 죽는 내용이었고 역시 너무 좋아서, 바로 철회함. .... 하하. 역시 태섭이가 약간이라도 오래 살아서, 슬픔까지 누리면 좋겠다... 그것 또한 네 것이다.... 인생의 모든 것을... 그것이 연인의 끝이라도..... (영원히 씨피의 결혼식 보다 장례식을 ,...)
이어서 러브레터도 바로 봤는데, 다시 봐도 정말 좋았다. 영상도 음악도 너무 아름답고... 음악이 왜이래.... 놓을 수 없는데 점점 흩어지는 시간이라든지. 마구 쌓아두어서 파묻힌 채 지나가버린 시간이라든지. 켜켜이 쌓인 시간을 끌어안은 채로 사는 모습이라든지. 모든 것이 눈의 심상과 너무너무 어울리는 이야기이고. 과거와 안녕한다거나 하는 방법은 없지. 녹았다가 쌓였다가 얼었다가 또 녹기도 하는 것이지. 쌓여서 좋기도 쌓여서 힘들기도 녹아서 좋기도 녹아서 (모든 것이 드러나) 힘들기도. 정말 아름답군....
최신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보았는데, 엄청나게 취향은 아닐지도-라곤 생각했지만 궁금하기도 해서 봤고 재미있었으나!? 눈물지었으나!? 반발심이 너무 많이 드는 영화였다. 어쩐지 이 미국의 프론티어 정신, 제국주의적 관점이 지금 이런 시국에도 계속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현타를 너무 많이 느낀듯... 개척정신을 가감없이 발휘하는 류의 서사는 아닌데, 좀 더... 다른 면을 강조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작가의 어떤 시선과 영화 제작자의 뜻이 너무 일치했다는 인상.. 물론... 작가에 대해서도 나는 단지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을 뿐이지만....(마션을 읽으려다가 삼 페이지 정도만에 못 견디겠다 하고 덮고 심지어 바로 중고로 팔고 영화도 안 봄) 다른 우주탐사 영화와 달리 처음부터 라고슬 얼굴만 클로즈업 엄청나게 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 그렇군요, 라고 삐딱하게 보기 시작하기도 했지만, 이 영화 우주에 대한 영화도 우주 속의 인간에 대한 영화도 아니고 인간의 능력에 대한 영화인 것 같고 어쩌면 그래서 영웅적으로 느껴진듯.... 특정 유형의 인간들을 고양시키고자 하는 의도였을까? 갠적으로는 이티를 제일 많이 떠올렸는데(피스트범프같은것) 교류 방식이라든지, 감수성 최대출력의 면에서? 근데 이티는 특히 아이들과의 교류가 핵심이어서 어린이-외계인을 대하는 성인 인간의 태도가 닮은 점이라든지, 같은 편협함이 대비되는 게 상통하니까, 반드시 어린이와 외계인을 같은 선상에 두지 않거나 같은 선상에 두더라도 익스큐즈 되는 게 있었는데 바로 그것을 이렇게 보여준다고!? 되는 미묘함.
이어서 이런저런 존나 많은 불호를 쓰다가... 음... 룩백을 보고 이 해가 안됨을 외치던 친구에게 너는 걔랑 안 놀아봐서 걔랑 함께 하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라서 그럴 거라는 대답을 생각하며 모두 지웠다. 난 로키도 없고 그레이스가 얼마나 루저통을 겪고 있는지 모르고 달랑 세 명 보낸 우주선에서 혼자 남아본 적도 없으니까. 너무 비관적인 태도로 영화를 보는 거 그렇게 재밌지도 않지^^... 언뜻언뜻 나오는 show me your brave heart 의 모먼트가 좋았어서, 용기에 대해 생각하려고. (근데 종주국이 미국이면 어이없긴 해 ^^ 느그가 용기가 없는게 문제니.... 발사해서 문제지... 물론 미국과 미국인들만의 문제는 아니겠지!? 하지만.....)
허간민 시즌 쉬는 동안 아쉬운대로(?) 민음사 유튜브 보고 있는데, 세문전 독서클럽 영상이 너무 잼있허 ..... 혜진 편집자 목소리와 말투에 홀린다 홀려.... 북클럽 다 보고 월드컵까지 거슬러오르고 있으며, 한달에 한 번 텀 너무 긴데요 < 심정 (북클럽이니까. 근데? 책 안 읽고 참여해도 돼(?)라는 심정...) 책 얘기더 물론 재밌고 엄청 영업되고 쌓아둔 세문전을 외면하게 되기는 한데... 주제가 일이었을 때 특히.... 돈보다-라고 하긴 좀 힘들지만.... 급여가 적어도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서도... 지금 너무 이런 상황이라 열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에 더 매달리게 되기도 하고... 어쨌든 돈 보다는 역시 하고 싶은 일 유지할 수 있는 일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고 그게 나름의 줏대여서 이것만은 꺾고 싶지 않아, 그런 생각. (돈이 적으니까.... 그렇지.... 라고 해도 뭐 반박은 못하겠는데) 얘기하다가 자연스럽게 일 얘기 나올 때가 넘 좋았다. 멤버가 아무래도 편집자-마케터인지라, 뭐랄까 독서 행위, 글에 대한 애정이 책 쓰기가 아니라 책 만들기로 귀결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점이 특히 좋았다. 일 전반에 대한 얘기가 될 수도 있긴 하지만.. 책 만드는 입장에서, 사실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좋다뿐만 아니라 책이라는 물성에도 방점이 찍혀야 할 수 있는 거라서. 어떤 상품으로 하나의 물건으로 만들어내는 거라서 마음이 든든해지는 게 있는데 그런 얘기가 넘넘 공감이 됐다. 의외로 ? 물리적으로 쌓을 수 있다는 것이 주는 풍족함 ...(뭔가 좀 다른 것 같지만) 그런 보람이 크다. 책이 딱딱 쌓이는 게 눈에 보이고, 작업한 게 세상에 물질로 남고, 그런 게 좋다..... 진짜 로또 되면 인쇄소 차려야겠다(망할 결심)
그리고 이걸 똑같이... 취미생활로도 한다는 게.... 미친 거죠.... 응.. 근데 !? 좋아.... 슬덩 지속하는 에너지... 내맘대로 책만들기 가능(상호필요에 의한 제작 보람...)이란 점이 진짜진짜진짜 크네요... 그저 책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고 그러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수 있는 덕질... .. 좋은데.